인도양으로의 초대

인도양에는 늘 태양빛의 축제가 펼쳐진다. 형언할 수 없는 진주빛 물결들의 반짝임이 마음을 황홀하게 만든다. 그 빛을 마음 속에 투과하여 알록달록 무지개빛 색의 잔치로 만들어 본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에게 각각 어울리는 빛의 색면을 표현하고 그 위에 빛의 색점들을 찍는다.

나의 그림은 인도양의 아름다운 색채 위에 놓인 사람들의 어울림, 그 위에 내려앉는 태양빛의 조화이다. 인물의 색은 자연의 화려함 속에 일부가 되어 드러나기도 하고 묻혀버릴 수도 있지만 인간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함으로 존재감과 생명력을 발휘한다

색은 인생의 모습을 색채로 대변하며 미래의 꿈과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최고의 대상이다. 인간에겐 그의 영향력의 공간이 있다. 그것을 위대한 자연의 무게를 색으로 표현하여 배경으로 삼는다. 그 색을 감당할 수 있는 위엄은 인간 밖에 없다. 자연을 추상적인 색채로 표현하고 그 위에 뛰어난 자태와 생명력을 뽐내는 사람들을 그린다.

수많은 색채들이 파도치며 움직이는 것처럼 때로는 화려한 에너지를 분출하기 위해, 때로는 차분한 평안을 위해 각자의 자태를 뽐내며 전체의 조화를 이룰 때 그 생명력을 발휘한다. 파란색의 힘과 순수함과 경건함, 빨강의 정열, 보라의 감성, 분홍의 자태와 화합, 노랑은 색 중의 주인공이다. 빛도 되고 중심을 세우며 모든 색은 노랑을 받든다. 노랑의 흐름은 나의 생명력의 표출이다. 노랑은 표면에 채색되기도 하고 밑색으로 칠하여 바탕색에서 은근한 빛을 발휘하기도 한다.

나의 점묘법 터치의 시작은 2001년 첫 케냐 여행 때의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 본 케냐 땅에 촘촘히 박힌 나무와 집들의 모습이 케냐여인들의 총총이 놓인 머리와 너무 닮았고 그들이 만드는 비드모양의 장신구에서도 총총이 박힌 구슬들이 보배롭게 빛나는 것을 보았다.

더욱이 케냐 인도양의 태양빛이 바다에 떨어지는 은빛, 금빛의 윤슬의 장면들이 내 마음속 깊숙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2016년 런던에 체류하면서 런던야경의 불빛의 터치들을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되었다. 이제는 이 터치들이 살아서 그림 속에서 필요한 곳마다 공기처럼 조용히 내려 앉는다.

인도양의 태양빛 터치는 색면 위에 새로운 터치를 수놓으면서 색상과 화면의 생동감을 일으킨다. 색점들은 원근과 방향성, 리듬감을 만들고 화면의 질감도 만들어낸다. 나는 예술가의 특권으로 한번도 가본적 없는 마사이, 투르카나, 삼부루 여인들을 인도양 바다로 초대한다.

그림 속 사람들은 걷고 뛰고 노래하며 춤춘다. 첫 데이트를 인도양에서 하면 얼마나 좋을까, 산호초들이 있는 곳에서 춤을 추면 얼마나 신날까. 삼부루 청년들이 손을 잡고 뜀뛰기 하는 모습은 화합이며 마사이 여인들과 아이들의 축제 분위기에는 이른 비와 늦은 비가 내려 그들의 삶을 생명력으로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사랑의 비다. 여름방학에 잠자리 잡는 아이들에게도, 인도양에 초대된 결혼식에도 아버지의 사랑이 있는 곳에도, 90 넘은 인생을 산 노부부의 인생에도, 가족이 모인 자리에도, 인도양의 태양빛의 터치는 사랑의 빛으로 언제나 내려앉는다. 인생은 어울림이고 나는 색채 속의 인물들과의 화음을 끊임없이 추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