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uberance of Life (2016) - Part 1

남은주, 충일한 생명력의 공간

 

 

남은주는 케냐의 아름다운 풍광과 생활상을 표현해 온 작가이다. 작가는 2001년 케냐에 있는 지인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때 케냐의 매력에 사로잡혀 현재까지 꾸준히 케냐를 여행하면서 그곳 주민들과 풍경을 담아왔다. 한 차례 갈 때마다 5-6개월씩, 길게는 2년씩 머물면서 현지인들과 접촉하고 그들의 삶을 가깝게 지켜보아온 것이다. 이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 풍경을 2008년 공화랑, 2013년 나이로비 소재의 케냐 내셔날 뮤지엄, 2015년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통해 발표한 바 있고, 그리고 올해 세종갤러리에서도 역시 같은 주제로 작품전을 갖게 되었다.

그의 작품 곳곳은 케냐의 작열하는 태양과 원주민들이 빚어내는 생동감으로 넘실댄다. 야생의 풍경을 배경으로 전통적인 의상을 차려입은 원주민들, 그곳의 티없이 밝은 아이들, 바닷가의 원주민들과 재래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상인들 등. 여유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케냐인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다.

이번 개인전에는 디아니 비치, 삼부루 마을 사람들, 시장풍경 등 세 유형의 작품이 출품된다. 먼저 디아니 비치는 인도양에 위치한 청정지역으로 수심이 얕고 바다가 드넓게 펼쳐져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작가가 이곳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곳을 일터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디아니 비치를 무대로 살아가는 주민들은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고 수확한 고기를 손질하기도 하며, 전통의상인 캉가 복장을 한 여인들은 해안에서 각종 액세서리를 팔거나 연인들이 다정스럽게 해변을 걷는 모습은 다른 피서지와 다르지 않다. 작열하는 태양과 구릿빛 피부를 한 건장한 청년들이 일터를 바다로 삼으며 묵묵히 맡겨진 일에 임하는 모습에서 케냐인들의 근면함이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석양이 작열하는 해안에서 아이들이 바다에 뛰어들어 마냥 물놀이를 하는 모습이 그렇게 천진난만할 수가 없다.

그의 작품중에는 삼부루 부족들을 소재로 한 장면도 볼 수 있는데 그들은 화려한 디자인의 전통의상을 입고 구슬을 엮어 만든 목걸이를 하고 방문객을 환영하고 있는데 그들의 표정이 그렇게 순박하고 해맑을 수가 없다. 피부색과 의상은 다르지만 외부인들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모습에서 그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호의의 감정이 그것이다. 그들의 조상들이 그래왔듯이 새로운 사람을 벗으로 여기고 그들의 기쁨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근작에는 특히 케냐 시장의 풍경이 몇점 출품된다. <수부키아 시장>으로 부르는 이곳은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을 방불케 한다. 시장에는 열대과일들, 이를테면 토마토, 아보카도, 바나나, 사과, 그 외 형형색색의 과일들이 즐비하다. 과일들이 발휘하는 현란한 색조가 화면을 뜨겁게 수놓고 있거니와 화면을 가득 메운 과일들이 보는 사람을 한층 이국적인 감흥에 빠뜨린다. 시장 사람들은 과일을 다듬기도 하고 거래를 하기도 하며 손님을 기다리기도 한다. 작가가 수부키아 시장의 장면과 디아니 비치 장면을 묘출한 것은 아마도 그곳이 케냐 특유의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있겠으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케냐인들의 생활과 그들의 소박한 삶의 아름다움에 이끌려서가 아닌가 싶다. 남은주에게 케냐는 스쳐지나가는 것을 매순간 음미하게 해주는 그런 곳으로 등장한다.

남은주가 본 케냐인들은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삶의 기쁨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다. <플로렌스>,<엄마와 아이>,<투루카나 소녀>,<기쁨과 호기심>,<인도양의 어부들>을 보면 그런 측면이 자주 목격된다. 활기 띤 재래시장의 모습, 원주민 마을, 그가 만난 케냐인들에서 어김없이 그 점을 확인할 수 있다.